*서울/기타

소설 같은 삶 길상화 김영한

천지연미소바위 2011. 6. 9. 13:00

 

 

 

  1916년 양반집 규수로 태어났으나 집안이 몰락하여 가난 때문에 병약한 남자에게 팔려가듯이 시집을 갈 수 밖에 없었던 열다섯의 소녀 김영한(1916~1999).

  그녀는 열여섯 어린 나이에 남편이 우물에 빠져서 죽고 혹한 시집살이를 견디다 못해 뛰쳐나와 불우한 인재들에게 한국전통음악과 가무 일체를 가르친 하규일 문하에 들어 가 ‘진향’이라는 이름의 기녀가 되어 다재다능한 면모를 춤, 노래, 재능 등의 끼로 표출하여 수많은 뭇 사내들의 가슴에 불을 지핀다.

  그녀는 한 때 일본으로 유학을 가기도 했지만 지인이 감옥에 갇혔다는 소식을 듣고 귀국한 후 유학을 포기한다. 그러다 스물 둘 되던해 평생의 정인(情人) 백석(본명 백기행, 1912~1995)을 만난다. 백석은 당시 스물여섯으로 유명한 문인이었고 시인이면서 여학교 영어선생님이었다. 김영한은 기생생활을 하면서 ‘삼천리문학’에 수필을 발표하는 인텔리 기생으로 문학 활동을 하다 모임에서 백석을 만나 그와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백석으로부터 ‘자야(子夜)’라는 아명으로 불리게 되고 그것을 평생 필명으로 사용한다. 그 후 천재 시인 백석과 3년간 동거하지만 기생이라는 이유로 백석 부모님의 강한 반대에 부딪쳐 결혼하지 못한다. 백석은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세 번이나 결혼하지만 결국 그녀를 다시 찾는다. 그녀를 잊을 수 없던 백석은 그녀에게 만주로 같이 도망가자 애원하지만 그녀는 백석의 장래를 위해 거절하고 만다. 결국 1939년 백석은 혼자 만주로 떠났고, 6.25전쟁은 두 사람을 영원히 갈라놓고 만다.

  홀로 남겨진 김영한은 1953년 사십이 넘어 중앙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백석에 대한 그리움을 절절이 담아「백석, 내 가슴속에 지워지지 않는 이름」을 비롯하여, 1990년「하규일 선생 약전」, 1995년「내 사랑 백석」등을 저술한다. 그녀는 맑은 물이 앞에 흐르는 성북동 배밭을 사들여 ‘청암장’이라는 식당을 잠깐 운영하기도 한다. 그리고 60~80년대 ‘삼청각’, ‘청운각’과 함께 3대 고급요정이었던, 성북동 산자락 7000여평 대지와 40여동의 건물로 된 ‘대원각’의 여주인이 된다. 하지만, 노년에 법정 스님의「무소유」를 읽고 감명 받아 대원각을 기부하기로 결심한다. 1987년 당시 1000억이 넘었던 대원각을 청정한 불도량으로 만들어 주기를 법정스님께 청하였고, 10여년간 그를 간신히 설득하여 1995년 6월 13일 조계종 송광사 말사 ‘대법사’로 등록한다. 그녀는 1997년 12월 14일 ‘대원각’이 ‘길상사’란 절이 되던 날 법정 스님으로부터 염주 하나와 ‘길상화(吉祥華)’라는 법명을 받는다. 그 자리에서 “저는 죄 많은 여자입니다. 저는 불교를 잘 모릅니다만.... 저기 보이는 저 팔각정은 여인들이 옷을 갈아입는 곳이었습니다. 저의 소원은 저곳에서 맑고 장엄한 범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입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후에 대원각을 기부한 것에 대하여 아쉬움이 없었는지 물으니 ‘백석의 시 한 구절만 못 하다’고 답했다 하니 그녀가 백석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길상화는 길상헌에서 이승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1999년 11월 14일 아주 먼 하늘나라로 갔다. 유골은 유언대로 첫눈이 길상사를 순백으로 수놓던 날 길상헌 뒤쪽 언덕에 뿌려졌다고 한다. 16살에 사별하고 가난에 쫓겨 시작한 기녀출신 할머니가 87년 당시 1000억대의 대원각을 법정스님에게 시주하고, 공부하고 싶은 어려운 과학도에게 100억을 기부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딴 ‘백석문학상’ 제정에 2억을 기부한 그녀의 모습과 소설과 같은 삶을 살다 가신 그분에 대한 애련함과 더불어 존경하는 마음이 가슴으로부터 뭉클 솟아오른다.

  한편의 영화 같은 기구한 운명으로 살다간 김영한님 존경합니다.

 

  이 글은 서울 도보여행 해설사님께 들은 내용, 인터넷, 신문 기사 등을 재구성했습니다.

 

 

천지연미소바위

 

 

길상사 : http://blog.daum.net/dbsqkqh/551

 

 

길상사 가는 길(길상사 홈피) : http://www.gilsangsa.or.kr/frame.asp?N_M=comp&N_F=comp&N_L=comp&N_T=comp_10&N_P=comp_1001

'*서울 >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0) 2011.10.19
2006년 마지막 밤  (0) 2011.10.09
성북구 길상사 6  (0) 2011.06.08
성북구 길상사 5  (0) 2011.06.08
성북구 길상사 4  (0) 2011.06.08